이 출판사에서 번역한 책이 출판됐으면 바라는 출판사가 있다. 마침내 이 책으로 그 출판사와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며칠 뒤에 다른 출판사에 팔렸다는 섭섭한 이야기를 들었다.
Ⅰ 서지 정보
1. 원서명: 쥐구멍 마을의 고양이 (The Mousehole Cat)
2. 글: 앤토니어 바버 (Antonia Barber)
3. 그림: 니콜라 베일리 (Nicola Bayley)
4. 출판사: 알라딘 라이브러리 (Aladdin Library, 미국, ISBN: 068980372)
워커 북스 (Walker Books, 영국, ISBN: 0744523532)
5. 분량: 40페이지
6. 크기: 0.15 ⅹ 8.88 ⅹ 8.88 (인치)
7. 예상 독자 : 6세 ~ 9세
8. 수상: 브리티시 북 어워드 수상 (British Book Award)
브리티시 디자인 프러덕션 수상 (British Design Production Award)
스마티즈 프라이즈, 케이트 그린어웨이, 칠드런즈 북 최종 후보
Ⅱ 작가 소개
앤토니어 바버 (Antonia Baber)
많은 어린이 책을 쓴 작가로 <The Ghosts, 유령들>과 <The Ring in the Rough Stuff>로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에 올랐다. 많은 상을 받은 <쥐구멍 마을의 고양이>는 만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또한 앤토니어는 12권의 <Dancing Shoes>를 썼다. 아울러 재능 있는 옛이야기의 재화가인 앤토니어는 덜 알려진 동유럽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재화 한 <Hidden Tales From Eastern Europe>를 발표했다.
현재 앤토니어는 콘월 지방의 마우스홀과 켄트에서 살고 있다.
Ⅲ 작품 소개 & 기획자 의견
1 작품 개요 & 줄거리
<쥐구멍 마을의 고양이>는 영국의 콘월 지방의 전설을 그리고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인 마우스홀(쥐구멍 마을)에서는 지금까지 이 이야기에 나오는 어부인 톰 할아버지와 고양이 마우저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축제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쥐구멍 마을은 영국의 바닷가에 위치한 조용한 어촌 마을이다. 이 마을은 바닷가까지 온통 바위와 황무지로 덮여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고기를 낚아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이 마을은 거친 폭풍이 불어닥쳐도 여간 해선 피해를 입지 않는 마을로 아주 안전한 곳이다. 마을 앞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방파제가 워낙 튼튼해서 아무리 거센 파도라도 마을 어귀까지 들이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어귀는 폭풍이 불어올 때면 배들의 피난처가 된다.
이 마을의 작은 오두막에 늙은 고양이 마우저와 늙은 어부 톰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고양이 마우저의 아이들은 각각 술집과 야채 가게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마우저 생각에 아무래도 아이들은 인간들을 잘 길들이지 못한 것 같다. 마우저는 아이들을 보러 갔다가 술집에서는 맥주를 뒤집어썼고 야채 가게에서는 꼬리를 밟힐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톰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걱정이 없다. 할아버지는 마우저에게 해가 되는 일을 절대 하는 법이 없었다. 늘 신선한 먹이를 주었고 적당히 흔들거리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기분 좋게 마우저를 간질일 줄도 알았다.
그러던 어느 해 이 마을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청녹빛 바다가 잿빛으로 바뀌더니 시꺼멓게 변했다. 무시무시한 고양이 폭풍이 휘몰아친 것이다. 튼튼한 방파제에 폭 쌓인 쥐구멍 마을은 아무리 심한 폭풍이 불어와도 안전했다.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아늑한 집안에 앉아서 어서 폭풍이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고 어느덧 마을에는 음식이 몽땅 떨어지고 만다. 황무지인 마을 사람들은 고기잡이를 해서 먹고살았다. 하지만 거센 고양이 폭풍 때문에 고기잡이도 못 나가고 있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고양이들도 굶주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톰 할아버지는 굳은 결심을 한다. 마을에 앉아서 폭풍이 거치기를 기다리지 않고 굶주리는 마을 사람과 동물들을 위해 거친 바다를 헤치고 고기를 잡으러 가기로. 할아버지는 마우저에게 자신은 아이들을 모두 키우고 대처로 내보냈기 때문에 자신이 고기잡이 나갔다가 안 돌아오더라도 부양할 가족이나 슬퍼한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고기를 잡으러 가겠다고 한다. 마우저는 자기도 마찬가지라면서 할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한다. 이윽고 둘은 등대 마냥 집에 촛불을 켜놓고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다.
바다는 예상대로 몹시 거칠었다. 작은 배를 바다에 띄우고 먼바다로 나가는 것도 큰 일이었다. 그런데 마우저는 거센 고양이 폭풍이 몹시 외롭고 슬퍼서 화가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우저는 고양이 폭풍에게 나지막이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랬더니 폭풍이 약해져서 할아버지와 마우저는 방파제 사이를 빠져나와 먼바다로 나갔다. 할아버지는 그물을 내리고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다시 고양이 폭풍이 거칠어지자 바닷물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우저가 가르랑가르랑 자장가를 부를 때면 폭풍이 잦아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둘이 탄 배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마우저는 신선한 생선 수프와 구이 등을 생각하며 고양이 폭풍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어느덧 배 바닥에 물고기가 가득 차자 할아버지는 배를 마을 쪽으로 돌렸다. 이렇게 바다에 나와서 고기를 잡는 일도 무척 힘이 들었지만 마을로 돌아가는 일은 더욱더 어려웠다. 마우저는 화덕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생선 수프와 오븐에서 몽실몽실 부풀어오르는 파이를 생각하며 더욱 큰소리로 가르랑거렸다. 마우저의 노래 소리는 고양이 폭풍이 울부짖는 소리보다 더욱 높이 퍼져나갔다. 동이 틀 무렵 그 소리는 고양이 폭풍의 귀에도 들렸다. 몹시 당황한 고양이 폭풍은 인간 쥐들을 사냥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잊고 한참 동안 그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어느새 폭풍이 새끼 고양이 폭풍에 지나지 않았다.
이윽고 폭풍이 잦아들었다. 깜깜한 밤이 되어 할아버지와 마우저는 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둘은 신기한 광경을 맞이했다. 온 마을 집들이 불을 밝히고 있고, 마을 사람들이 항구 어귀에 등불을 들고 할아버지와 마우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자신들을 위해 고기잡이 나간 걸 알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할아버지와 마우저가 깊은 바다 속으로 빠졌다고 생각할 무렵 바다가 잔잔해지며 둘이 탄 배가 무사히 항구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마을에서는 잔치가 벌어졌다. 할아버지와 마우저가 잡아온 물고기로 생선 수프도 끓이고 파이도 만들었다. 그러고는 마을 사람들과 고양이는 함께 잔치를 즐겼다. 이제 배고픔은 사라지고 단지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이 날 이후로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 날, 부두가 여인숙에서는 쥐구멍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톰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맥주 잔을 들고 물고기 축제를 벌인다. 그리고 여인숙 뒷마당에서는 쥐구멍 마을 고양이들이 모여 마우저를 기억하며 노래를 부른다. 또한 크리스마스 때면 콘월 각지에서 사람들이 위험한 바다로 나간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빌며 희망을 메시지를 밝히는 천 개의 등불을 켜놓은 걸 보려고 쥐구멍 마을에 찾아온다.
2 기획자 의견
ꡔ쥐구멍 마을의 고양이ꡕ는 미국과 영국에서 책이 출판되었는데 두 곳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글과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글부터 살펴보면 ꡔ쥐구멍 마을의 고양이ꡕ는 옛이야기 특유의 교훈을 준다. 하지만 그것은 영웅이 전하는 힘겨운 교훈이나 훈화조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하고 힘없는 할아버지가 고통을 겪고 있는 마을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을 무릅쓰고 모험을 한다. 그 모험은 공명심이나 자만심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마음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으로 절박한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마음을 자연스럽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그리고 있다.
다음은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림이다. 아름답고 따스한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톰 할아버지와 고양이의 우정과 마을 사람들을 위한 고운 마음이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또한 고양이로 상징된 폭풍은 거칠고 격렬한 모습을 잘 나타내준다. 등불을 밝히며 할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도 간절해 보인다. 처음에 편안하고 아늑해 보이는 색채가 할아버지가 모험을 떠난 뒤 바다와 마을 사람들은 차갑고 거친 색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축제를 벌이는데 다시 그림은 온화하고 활기찬 따스한 색채로 변한다. 이렇게 그림과 색채도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라 표현된다. 또한 글을 써놓은 페이지 위, 아래에 띠로 나타낸 그림은 바다 풍경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Ⅳ 서평 & 독자평 (발췌)
1 서평
<Publishers Weekly> - PW는 지혜로운 고양이와 고양이의 ‘애완’ 어부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에 드러나는 ‘아름다운 산문’과 ‘생생한 그림’을 똑같이 높이 평가한다.
<School Library Journal> - 바버는 경쾌한 두운체의 언어로 크리스마스에 콘월의 한 어촌 마을을 굶주림에서 구하는 고양이 마우저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 이야기는 고양이의 관점에서 고양이 폭풍을 텍스트와 베일리의 빛나는 그림의 청록색 소용돌이 안에서 의인화해서 그리고 있다. 또한 베일리의 그림은 뉘앙스, 디테일, 동작, 감정을 힘있고 리듬감 있게 포착했다.
<Ingram> - 어부인 톰 할아버지와 고양이 마우저는 영국 콘월 지방의 마우스홀(쥐구멍 마을)에서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거센 고양이 폭풍이 발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고기잡이를 나가지 못한다. 톰 할아버지와 고양이 마우저가 폭풍을 무릅쓰고 바다로 나가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힘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그림은 풀 칼라.
<The Sunday Times> - 아름답게 주의 깊게 쓴 우아한 이야기. 니콜라 베일리는 풍부하고, 유려하고, 우아한 색채의 풀 페이지 그림, 띠 모양의 장식과 테두리로 이 책에서 일생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5세부터 성인 독자까지 누구나 푹 빠져서 읽고 다시 읽을만한 책이다.
<The Sunday Telegraph> - 탁월하고 …… 옛이야기 모음에서 영원히 수위에 놓일 가치가 있는 …… 완벽한 일러스트레이션.
<Books for Your Children> - 흥미진진하고 마술 같은 …… 올해의 뛰어난 그림책.
2. 독자평
ꋻ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장 사랑했던 잠자리용 이야기책이었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다! 그림이 아주 우아하며 아슬아슬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결말이 감동적이다.
ꋻ 환상적이다.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멋진 이야기. 이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책을 샀다.
ꋻ 내가 아는 가장 완벽한 어린이 책. 이 책은 보기 드물게 훌륭한 책이다. 앤토니어 바버는 콘월 지방, 쥐구멍 마을의 전설에 기초한 멋진 이야기를 썼다. (……) 텍스트는 어린이 책으로 눈에 띄게 힘이 있다. 하지만 니콜라 베일리의 그림은 더욱더 놀랍다. 바다의 거센 고양이 폭풍과 마우저의 그림, 톰 할아버지의 인자한 성격이 드러나는 그림, 마우저와 쥐구멍 마을의 그림은 정말 훌륭하다. 어느 독자가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고 했듯이 마을 사람들이 톰 할아버지와 마우저가 마을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나도 눈물을 흘린다.
ꋻ 정말로 훌륭한 책. 내가 읽은 최고의 책 중 하나이다. 난 여덟 살이기 때문에 많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최고이다. 해리 포터는 그 다음이다.
ꋻ 마술 같다! 나는 이 책을 수상작품들을 검토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열 살인 나는 이 책이 보석 같다고 생각한다. 페이지마다 다채로운 그림이 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텍스트와 그림의 매혹적인 디테일이 나의 상상력을 잡아끈다. 나의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서점을 뒤지다가 기쁘게도 이 책을 발견하고 즉시 구입했다. 어른이 된 지금의 관점에서도 이 책은 여전히 마술 같은 책이다.
ꋻ 너무 좋아서 날 위해서 책을 샀다! 이 책은 매우 아름다운 어린이 책이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서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두기까지 했다. 이야기 또한 유쾌하고 어린이들이 읽기에 정말 좋다.
ꋻ 아름다운 이야기, 더욱 아름다운 그림. (……) 비가 창문을 내리치고 바람이 나무 사이로 불 때 따스한 침대에 기대어 따스한 음료수를 마시며 불빛을 낮추고 읽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미래의 내 딸들이 아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상상한다. 우리 책은 이미 손때가 묻도록 사랑 받고 있다.
Ⅴ 번역
#6
멀고 먼 영국의 어느 바닷가에는 바위와 황무지가 짙푸른 쪽빛 바다까지 펼쳐져 있어요. 바다로 뾰족하게 솟아오른 땅들 사이에는 자그마한 항구들이 있고요. 바로 한 겨울에 폭풍이 휘몰아치면 고기잡이배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곳들이에요.
그 중에 아주 자그마한 항구가 하나 있어요. 그곳의 높다란 돌 방파제는 양팔로 감싼 듯 한데 바다로 나가는 틈이 아주 좁아서 어부들은 “쥐구멍”이라고 불렀어요.
항구 주변 오두막에 사는 사람들은 쥐구멍이라는 이름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오늘날까지 마을 이름을 쥐구멍이라고 부른대요. 콘월 지방 말로 “모우젤”이라고도 하지만 마음대로 불러도 돼요.
옛날에 이 마을에 마우저라는 고양이가 살았어요.
마우저는 항구가 내다보이는 창문이 있는 허름한 오두막에서 살았어요. 오두막에는 헝겊을 기워 만든 쿠션을 얹은 흔들의자와 톰이라는 어부 할아버지도 있었고요.
#8
마우저는 예전에 새끼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는데 모두들 어른이 되자 엄마 곁을 떠났어요.
마우저의 큰아들은 부둣가 여인숙에서 살았어요. 그곳은 시끄럽고 연기가 자욱한 곳이었어요. 한번은 여인숙 주인이 맥주를 나르다가 마우저의 머리에 맥주를 쏟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마우저는 그곳에 자주 가지 않았어요.
#9
마우저의 한 딸은 모퉁이 가게에서 살았어요. 그곳은 바쁘고 북적북적한 곳이었어요. 한번은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저울에 채소를 달다가 마우저의 꼬리를 밟은 적도 있었지요.
그래서 마우저는 그곳에도 자주 가지 않았어요.
이따금 마우저는 자식들이 함께 사는 사람들을 제대로 훈련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11
마우저의 귀염둥이 톰 할아버지는 아주 얌전하게 굴었어요. 마우저 접시에 크림을 따를 때 한번도 쏟은 적이 없었어요. 언제나 화덕에는 너울너울 황금빛 불을 지폈고요. 기분 좋게 흔들의자를 흔들어 주었지요. 할아버지는 마우저가 왼쪽 귀 뒤쪽 어디를 어루만져주면 좋아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게다가 맥주를 나르거나 저울에 채소를 다느라고 헛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더욱더 좋았고요.
할아버지는 마우저를 보살피지 않을 때면 매우 쓸모 있는 일을 하면서 지냈어요. 높다란 방파제 좁은 틈 사이로 작은 배를 몰아서 쪽빛 바다로 나갔어요. 그러고는 마우저에게 물고기를 잡아다 주었지요.
#12
마우저는 신선한 물고기 요리만 먹었어요.
사실 마우저는 다른 것은 절대 먹지 않았어요. 몇 가지 요리만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월요일에는 마우저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 수프를 만들었어요.
화요일에는 남방대구를 구워서 그 위에 황금빛 으깬 감자로 장식을 했어요.
수요일에는 맛있는 훈제 수염대구를 곁들여 캐저리를 요리했어요.
목요일에는 먹음직스런 fairmaids를 석쇠에 구었어요.
금요일에는 버터와 레몬즙을 듬뿍 넣어 까나리를 튀겼어요.
토요일에는 식초와 양파와 함께 전갱이를 소금에 절였어요.
그리고 일요일에는 최상급 밴댕이로 별 모양의 파이를 만들었어요.
마우저는 언제나 아주 즐거운 나날을 보냈어요
#14.
그러던 어느 해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어요. 바닷가 마을의 쪽빛 바다가 잿빛으로 바뀌더니 어느새 새까맣게 변했어요.
마우저는 창 밖을 바라보면서 무시무시한 고양이 폭풍이 닥칠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람이 야생 동물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땅들 주위로 휘몰아쳤어요. 바람은 안전한 항구에 대피한 고기잡이배를 사냥하러 온 거였어요. 마우저는 고양이 폭풍이 울부짖으면 따스하게 불을 지핀 아늑한 집안에 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어느새 바다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높다란 방파제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콘월 지방의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돌 방파제들은 묵묵히 그 충격을 견디어냈어요.
그러자 바다는 다시 힘을 모아서 방파제를 사정없이 후려쳤어요. 그러면서 항해하는 배들을 배의 천국으로 데려갔어요. 하지만 고양이 폭풍은 쥐구멍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마우저는 고양이 폭풍이 거대한 발톱을 세우고 방파제 틈 사이로 달려드는 걸 보았어요. 하지만 방파제 틈은 너무너무 작았어요.
고양이 폭풍은 으르렁거리며 낮게 드리운 하늘 아래의 높다란 방파제로 솟아올랐어요. 하지만 방파제는 아주아주 높았어요.
고기잡이배들은 쥐구멍에 숨은 쥐들처럼 안전했어요.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어요.
#16
어부들이 고기를 잡지 못해서 마을에는 먹을 음식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폭풍이 할퀴고 간 정원에 남아 있던 채소를 먹었어요. 지하실에 남겨 놓았던 소금에 절인 밴댕이도 먹었고요.
마우저는 채소가 정말 싫었어요. 게다가 밴댕이는 너무나 짰어요.
어느덧 마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고양이들과 사람들은 배가 몹시 고팠어요.
마우저는 창가에 앉아서 폭풍을 바라보았어요. 그러면서 생선 수프와 별 모양 파이를 애타게 그리워했어요.
날마다 어부들이 부두에 모여서 이따금 쥐구멍 너머로 배를 몰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언제나 무시무시한 고양이 폭풍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행히도 목숨을 잃지 않았어요.
#18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톰 할아버지가 마우저를 무릎에 앉히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어요.
할아버지는 부드럽고 재치 있게 말을 했어요.
“멋쟁이 마우저야. 곧 크리스마스가 올 텐데 이러다간 그때까지 견딜 사람이 없겠구나. 곧 아이들은 굶주려 죽게 될 거고. 아무리 폭풍이 심해도 누군가는 고기를 잡아와야 해. 내가 그 일을 할거란다. 젊은이들은 할 수 없지.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아내와 아이들과 어머니가 몹시 슬퍼할 테니까. 하지만 난 아내와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오래됐고 아이들도 다 자라서 제 갈 길을 찾아갔단다.”
마우저는 할아버지와 처지가 같았기 때문에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멋쟁이 마우저야, 내일 바다로 나가서 물고기를 꼭 잡아오자꾸나.”
마우저는 할아버지와 함께 가겠다며 소리 높여 가르랑거렸어요.
할아버지는 마우저에게 단 하나뿐인 사람이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고양이 폭풍의 발톱에 떠는 쥐들 같았고요.
#20
게다가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마우저는 오두막에서 혼자 살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무도 마우저에게 크림을 따라주거나 화덕에 불을 지피거나 흔들의자를 흔들어주지 않겠지요. 마우저가 왼쪽 귀 뒤를 간질여주면 좋아한다는 것도 모를 거구요.
“멋쟁이 마우저야, 내일 밤 우리는 생선 수프와 구운 남방대구와 수염대구와 까나리와 fairmaid와 소금에 절인 전갱이와 별 모양 파이를 먹게 될 거야!”
그러자 마우저가 세상에서 할아버지를 가장 사랑한다는 듯이 가르랑거렸어요.
다음날 새벽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에 집을 나섰어요. 할아버지는 집을 나가기 전에 낡은 화덕에 불을 지펴놓았어요. 집에 돌아올 때까지 잔잔히 타오르도록 불꽃을 낮추고요. 그러고 나서 항구 너머로 환히 빛나며 길을 밝혀 줄 등불을 창문에 걸어놓았지요.
부두에 다다라서 마우저는 바람과 비속을 뚫고 뒤돌아보았어요. 창문이 아주 따스하고 정겨워 보였어요.
#22
이윽고 작은 배는 항구를 가로질러 쥐구멍 틈을 향해 나아갔어요. 그러자 무시무시한 고양이 폭풍 소리가 거인이 고함치듯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 주위로 솟구쳤어요.
마우저는 고양이 폭풍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낯선 슬픔을 느꼈어요. 얼마나 외로웠으면 지치지 않고 깜깜한 깊은 어둠 속으로 인간 쥐들을 잡아갈까. 빨갛게 타오르는 따스한 화덕 곁으로 절대 돌려보내지 않고.
어느새 상냥한 마우저는 고양이 폭풍을 위로하고 싶어졌어요.
젊었을 때 마우저는 달콤한 노래로 많은 수고양이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었어요. 이제 마우저는 머리를 들고 바다 요정 사이렌처럼 노래를 불렀어요. 어느덧 마우저의 노랫소리가 고양이 폭풍의 울음소리와 어우러졌어요.
#23
작은 보트가 자유를 찾아서 돌진할 때 무시무시한 고양이 폭풍이 마우저의 노랫소리에 잠시 멈칫했어요. 마우저의 달콤한 자장가에 슬픈 마음을 가라앉히며 고양이 폭풍은 잠깐 동안 거대한 발톱을 내리고 살금살금 돌아다녔어요. 작은 배는 쏜살같이 쥐구멍 틈을 빠져나가 드넓은 바다로 들어섰어요.
그러자 고양이 폭풍이 마치 쥐를 갖고 노는 고양이처럼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를 갖고 놀았어요. 둘이 어장을 향해 힘겹게 나아갈 때는 내버려두기도 했어요. 잠시 뒤 거대한 고양이 발톱을 내리치자 한줄기 질풍 같은 물거품과 물보라가 일었어요. 하지만 고양이 폭풍은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를 바닷속으로 데려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흥이 깨졌죠.
어장에 다다르자 바다가 더욱 거칠어져서 그물을 드리울 수가 없었어요.
“멋쟁이 마우저야, 그 옛날 사이렌처럼 노래를 불러 바다를 달래주려무나.”
마우저는 여느 때보다 더욱 우렁차게 긴 노래를 불렀어요. 톰 할아버지는 양 귀를 꼭꼭 막아서 마우저의 노랫소리에 고기 잡는 일을 방해받지 않도록 했지요.
이윽고 고양이 폭풍이 놀이를 멈추고 함께 노래를 불러 안전하게 그물을 칠 수 있었어요.
#26
하루 종일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는 거친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어요. 파도가 어찌나 높게 일고 구름이 어찌나 낮게 드리웠던지 이내 해안선이 보이지 않았어요.
무시무시한 고양이 폭풍은 작은 배를 툭 쳤다가 내버려두었다가 하면서 내내 갖고 놀았어요. 그래도 배는 가라앉지 않았어요. 고양이 폭풍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울 때마다 마우저가 노래를 불러 화를 달래주었거든요.
저녁이 되자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는 그물을 거두었어요. 선창에 남방대구와 까나리와 전갱이와 수염대구와 fairmaid가 우르르 굴러 떨어졌어요. 물고기들은 한 솥 가득 생선 수프를 끓이기에 충분했어요. 밴댕이도 5십 개의 별 모양 파이를 만들기도 충분했고요.
“멋쟁이 마우저야, 마을로 물고기들을 가져가면 모두들 목숨을 구할 거다.”
하지만 고양이 폭풍은 배가 쥐구멍 피난처로 돌아가는 걸 보면 무섭게 덤벼들 거예요.
싸움은 다가올 잔치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느냐에 달려 있었어요. 고양이 폭풍의 잔치가 되든 마우저의 잔치가 되든 말예요. 어둠 속에서 푸른빛 옥빛 은빛이 번쩍였어요.
그 빛들을 바라보자 마우저의 입안에 사르르 군침이 돌았어요.
#28
마우저는 화덕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생선 수프와 오븐에서 황금빛으로 몽실몽실 부풀어오르는 별 모양의 파이를 생각하면서 가르랑거리기 시작했어요.
마우저의 노랫소리는 찬송가처럼 고양이 폭풍의 울음소리보다 더 높아졌어요.
아무리 멋진 노래라도 어두워지면서 고양이 폭풍의 귀에 닿지 않아요. 고양이들은 바람과 어둠 속에서 더 큰 소리로 노래하게 마련이잖아요?
당황한 고양이 폭풍은 잠시 울음을 멈추고 낯선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어요. 꼬마 고양이 폭풍이었을 대 들어본 노랫소리 같았거든요.
고양이 폭풍은 차츰차츰 누그러졌어요. 인간 쥐를 사냥하고픈 굶주림도 사라졌고요.
오로지 유쾌한 노랫소리만 남았어요.
이윽고 고양이 폭풍도 마우저와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바람도 잦아들고 파도도 가라앉았어요.
#30
밤이 되자 작은 배는 잔잔한 바다를 가로질러 되돌아갔어요.
쥐구멍 마을이 보일 즈음 아주 낯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온 마을이 환하게 빛나고 있고 방파제 양쪽 어귀를 따라 등불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잠을 깬 마을 사람들이 톰 할아버지네 창문에 등불이 타고 있고 배도 사라진 걸 알았거든요.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깊은 바다에 빠졌다고 생각했어요.
하루 종일 사람들은 구름에 휩싸인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렸어요. 하지만 할아버지와 마우저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밤이 되자 여자들은 집으로 가서 창가에 촛불을 켜놓았고 남자들은 모두 등불을 들고 방파제로 나왔어요.
#33
마을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리는데 바람이 잦아들고 바다가 잔잔해졌어요.
먹구름이 흘러가자 여윈 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어요. 희미한 달빛에 다가오는 작은 배가 보였어요. 배 뒤를 따라오는 온순한 새끼고양이 바람도 보였고요.
마우저와 톰 할아버지가 쥐구멍 마을 방파제 틈으로 들어왔어요. 그러자 별안간 새끼고양이 산들바람이 작별 인사를 하듯 자그마한 발톱을 놀리며 배를 향해 달려왔어요.
#35
그날 밤 쥐구멍 마을은 음식을 만드느라 야단법석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한 솥 가득 생선 수프를 만들었어요. 남방대구를 굽고 캐저리를 만들고 fairmaids를 석쇠에 굽고 까나리를 튀기고 전갱이를 소금에 절였어요.
사람들은 별 모양 파이도 오십 개나 구웠어요.
그러고 나서 사람들과 고양이들이 함께 잔치를 벌였어요. 어느덧 배고픔은 한낱 추억이 되었지요.
#36
그날 이후로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밤이면 쥐구멍 마을 사람들은 부두가 여인숙에서 물고기 잔치를 벌여요. 사람들은 잔을 높이 들고 톰 할아버지를 기려요.
그리고 해마다 여인숙 뒷마당에서는 쥐구멍 마을 고양이들이 모여서 고양이 마우저를 기리며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고요.
그리고 해마다 크리스마드 때면 온 콘월 지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요. 쥐구멍 마을을 밝히는 천 개의 등불을 보러고요. 그건 바로 위험한 바다에 나간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와 안전한 항해를 밝히는 등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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