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기획서

[그림책] 스텔라루나 (Stellaluna)

나무닷 2009. 3. 7. 04:31

이 책은 어린이 책을 전문으로 번역하겠다고 결심하고 기획했던 책이다. 한겨레에서 어린이책 기획 강의를 들으며 만난 친구가 좋아해서, 자신이 나서서 출판사를 주선해서 알아봐줬는데 전집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아쉬워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아이 엠 샘'에서 숀 펜이 딸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었는데... 다시 보니 초창기 번역이라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많네.

 

 

스 텔 라 루 나   (원서명: Stellaluna)

                       자넬 캔논 글, 그림

 

           

                                   

# 1

저 멀리 무더운 숲 속에, 엄마 과일 박쥐와 아기 박쥐가 살았어요.

엄마 박쥐는 자그마한 아기 박쥐를 아주아주 사랑했어요.

“넌 스텔라루나*란다.” 엄마 박쥐가 다정히 속삭였어요.

매일 밤, 엄마 박쥐는 먹이를 찾아 나설 때면 가슴에 꼭 매달린 스텔라루나도 함께 데려갔어요.

*별과 달이라는 의미


# 2

어느 날 밤, 엄마 박쥐가 잘 익은 진한 과일 향기를 쫓아가고 있을 때였어요. 힘센 올빼미가 몰래 엄마박쥐를 훔쳐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슬며시 날아와 별안간 엄마 박쥐와 아기 박쥐를 덮쳤어요.

엄마 박쥐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했어요. 하지만 올빼미가 연이어 공격해와서 스텔라루나를 놓치고 말았어요. 아기 박쥐의 날개는 물에 젖은 종이처럼 흐늘흐늘 했어요.

스텔라루나는 숲 속 아래로, 점점 더 빠르게 곤두박질하고 말았어요.


# 3

무성한 잎들로 뒤엉킨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아기 박쥐를 받았어요. 스텔라루나는 자그마한 발로 잔가지를 꽉 움켜잡았어요. 날개로 몸을 감쌌지만 너무 춥고 무서워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어요.

“엄마, 어디 있어요?” 스텔라루나는 울음을 터트렸어요.

동이 틀 무렵, 도저히 나뭇가지에 매달릴 수 없었어요. 다시 점점 더 아래로 떨어졌지요.


# 4

털썩! 스텔라루나의 머리가 먼저 폭신폭신한 솜털 둥지에 닿았어요. 둥지 안의 아기 새 세 마리는 깜짝 놀랐어요.

스텔라루나는 재빨리 둥지에서 기어 나와 그 아래로 숨었어요. 아기 새들이 종알대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게 뭐야?” 플랩이 소리쳤어요.

“나도 몰라, 근데 발로 매달려 있어.” 플리터가 맞장구쳤어요.

“쉿! 엄마 온다.” 핍이 조용히 하라고 속삭였어요.


# 5

그 날 엄마 새는 수없이 둥지를 드나들며 아기 새들에게 먹이를 갖다 주었어요.

스텔라루나는 배가 몹시 고팠어요. 하지만 엄마 새가 물고 온 꿈틀대는 것을 먹을 수 없었어요.

배가 고파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둥지 안으로 들어가, 눈을 꼭 감고, 입을 쫙 벌렸어요.

쏘옥! 커다란 녹색 메뚜기가 입안으로 뚝 떨어졌어요.


# 6

스텔라루나는 새처럼 되었어요. 낮에는 종일 깨어 있다가 밤에 잠을 잤어요. 맛이 끔찍했지만 곤충도 먹었어요. 박쥐의 습성이 점차 사라져 갔지요. 단 한 가지만 빼고요: 여전히 발로 매달려 자는 게 좋았어요.

어느 날, 엄마 새가 외출했을 때, 호기심 많은 아기 새들은 발로 매달려 보기로 작정했어요.  엄마 새가 집에 돌아와 보니 여덟 개의 자그마한 발들이 둥지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었어요.

“앗! 당장 안으로 들어오너라! 떨어져 목이 부러지면 어쩌려구!” 엄마 새가 호통을 쳤어요.


# 7

새들은 둥지로 들어갔어요. 하지만 엄마 새는 스텔라루나를 막아 세웠어요.

“우리 애들에게 못된 짓을 가르치다니. 여기에 살려면 규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하거라.”

스텔라루나는 약속했어요.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곤충들을 받아먹었지요. 밤에 둥지 안에서 잠을 자구요. 발로 매달리지도 않구요. 아주 착한 새처럼 굴었어요.


# 8

아기들은 모두 무럭무럭 자랐어요. 어느새 둥지가 비좁아졌지요.

엄마 새는 이제 아기들에게 날기를 배우자고 했어요. 차례로 핍, 플리터, 플랩 그리고 스텔라루나가 둥지에서 펄쩍 뛰었어요.

날개가 퍼덕였어요!

나도 저 애들처럼 날 수 있어. 스텔라루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 9

핍, 플리터 그리고 플랩은 사뿐히 나뭇가지에 앉았어요.

스텔라루나도 똑같이 하려고 했지요.


# 10

어휴, 창피해!


# 11

종일 날아다녀야지. 그러면 아무도 이 흉한 꼴을 못 볼 거야. 스텔라루나가 중얼거렸어요.


# 12

이튿날 핍, 플리터, 플랩 그리고 스텔라루나는 둥지에서 더 멀리 날아갔어요. 한동안 날기 연습을 했지요.

“해가 진다.” 플리터가 말했어요.

“어서 집에 가자. 깜깜해지면 길을 잃을 지도 몰라.” 플랩이 대꾸했어요.

하지만 스텔라루나가 이미 멀리 날아가 버려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어요. 걱정하던 아기 새들은 아기 박쥐 없이 집으로 돌아갔어요.


# 13

혼자가 된 스텔라루나는 날개가 아프도록 날고 또 날았어요. 그러다가 나무로 다가갔지요. “발로 매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지.”

한숨이 나왔어요. 엄지손가락으로 매달려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어요.

가까이 다가오는 부드러운 날개 짓 소리도 듣지 못하고요.


# 14

“야! 너 왜 거꾸로 매달려 있니?” 큰 소리가 났어요.

스텔라루나는 눈을 번쩍 떴어요. 아주 별난 얼굴이 보였어요. “네가 거꾸로 매달렸잖아!” 이렇게 대꾸했지요.

“하지만 박쥐는 발로 매달려. 넌 박쥐인데 엄지손가락으로 매달렸잖아. 그러니까 네가 틀린 거야! 난 박쥐고 이렇게 발로 매달렸으니까 내가 맞는 거지!”

스텔라루나는 혼란스러웠어요. “엄마 새는 내가 거꾸로 매달린다고 야단쳤는데. 내가 틀렸다고 말이야...”

“새들에겐 틀렸지만 박쥐에겐 틀린 게 아니야.”


# 15

박쥐들이 새처럼 행동하는 이상한 아기 박쥐를 보려고 우르르 몰려왔어요. 스텔라루나는 박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고-곤충을 먹었어?” 박쥐 한 마리가 더듬거리며 물었어요.

“밤에 자구?” 다른 박쥐가 숨가쁘게 말했어요.

“정말 이상하군.” 모두들 중얼거렸어요.

“잠깐만! 잠깐만! 나도 저 박쥐 좀 보자.” 박쥐 한 마리가 무리를 헤치고 다가왔어요. “올빼미가 널 공격했다고 했니?”

박쥐가 이렇게 물었어요. 그러고는 스텔라루나의 부드러운 털에 코를 킁킁거리며 속삭였어요. “바로 내 아기, 스텔라루나로구나.”


# 16

“올빼미를 피했어요? 엄마, 살아 있었어요?” 스텔라루나가 외쳤어요.

“그래.” 엄마 박쥐는 날개로 스텔라루나를 꼭 감싸안으며 대답했어요. “엄마랑 아주 맛있는 과일을 먹으러 가자. 앞으로 다시는 곤충 따위를 먹지 않아도 돼.”


# 17

“밤이잖아요. 이렇게 깜깜한데 날다가는 나무에 부딪칠 거예요.” 스텔라루나가 놀라서 말했어요.

“우리 박쥐들은 깜깜해도 아주 잘 볼 수 있단다. 어서 가자.”

정말 잘 보였어요. 눈에서 환한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어요. 어디든 다 잘 보였지요.


# 18

곧 박쥐들은 망고 나무를 발견했어요. 스텔라루나는 망고를 실컷 먹었어요.

“앞으로 곤충 따위는 절대 안 먹을 거야.” 배불리 먹으며 신나게 말했어요. “핍, 플리터 그리고 플랩에게 말해줘야지!”


# 19

이튿날 스텔라루나는 새들에게 갔어요.

“나랑 우리 박쥐 가족을 만나러 가자.” 스텔라루나가 말했어요.

“좋아, 가자.” 핍이 대답했어요.

“박쥐들은 발로 매달리고 밤에 날아다니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어.” 스텔라루나는 가면서 새들에게 설명해 주었지요.

플랩이 박쥐 사이를 날아다니다가 말했어요. “여기서는 거꾸로 해야할 것 같아.”

그래서 새들은 발로 매달렸지요.

“좀 있다 밤이 오면 우린 날아갈 거야.” 스텔라루나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어요.


# 20

ds grasped a branch. Stellaluna hung from the limb above them.


밤이 오자 스텔라루나는 날아갔어요. 핍, 플리터 그리고 플랩도 나무에서 뛰어올라 뒤따랐지요.

“안 보여!” 핍이 외쳤어요.

“나도!” 플리터가 소리를 질렀어요.

“으악!” 플랩도 비명을 내질렀어요.

“새들이 나무에 부딪치겠네. 어서 구해줘야지!” 스텔라루나는 서둘렀어요.

허겁지겁 아래로 휙 내려가서 떨어지는 친구들을 붙잡았어요. 나무 위에 앉자마자 새들은 나뭇가지를 꼭 움켜쥐었어요. 스텔라루나는 아기 새들 바로 위 큰 가지에 매달렸어요.


# 21

“이젠 안전해.” 스텔라루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너희들도 볼 수 있으면 좋은데.” 

“우리는 네가 발을 딛고 앉았으면 좋겠어.” 플리터가 대답했어요. 핍과 플랩도 덩달아 머리를 끄덕였지요.

아기 박쥐와 아기 새들은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우린 아주 다른 것 같은데 어쩜 이렇게 잘 통할까?” 플리터가 가만히 말했어요.

“그리고 안 그런 거 같은데 어쩜 이렇게 비슷하지?” 핍은 궁금했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야.” 플랩이 말했어요.

“맞아. 하지만 우리는 친구잖아. 바로 그게 정답이야.” 스텔라루나가 다정하게 말했어요.


박쥐


지구에는 약 4천 종의 포유류가 있으며, 그중 1천여 종이 박쥐로 유일하게 날 수 있지요.


박쥐의 학명은 카이롭테라(Chiroptera), 즉 “손-날개”예요. 길게 늘어난 손가락뼈들이 날개를 지탱하는 골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답니다.


대다수의 박쥐들은 작은 박쥐인 “작은 손-날개”예요. 작은 박쥐는 약 8백 여종이 있는데, 아주 추운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어느 기후이든 전 세계의 특정 지역에서 살고 있지요. 작은 박쥐가 좋아하는 먹이와 생활 습성은 아주 다양해요. 많은 박쥐들이 곤충을 먹어요. 하지만 어류, 양서류, 파충류를 먹는 박쥐들도 있어요. 끝으로 아주 유명한 흡혈 박쥐도 있지요. 겨우 세 종류인데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에 걸쳐 살아요. 흡혈 박쥐는 주로 집에서 기르는 가축과 그 지역에 사는 포유류와 새들의 피를 먹어요.


과일 박쥐는 1백 7십 여종인데 큰 박쥐 또는 “큰 손-날개”로 알려졌어요. 앞서 말했듯이 과일 박쥐들은 가장 큰 박쥐로, 날개 길이가 무려 180cm나 되는 것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과일 박쥐들은 코끝이 길고, 귀 끝이 뾰족하고, 눈이 크고, 몸은 털로 덮여 있어요. 그래서 이따금 날아다니는 여우라고도 해요. 작은 박쥐들은 초음파로 장애물을 탐지하며 날아다니지만 과일 박쥐는 예리한 눈과 코에 의존해 날아다녀요. 과일 박쥐들은 열대 지역이나 아열대 지역에 살기 때문에 좋아하는 과일, 꽃, 과즙을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대요. 어떤 과일 박쥐들은 과즙을 찾아다니다가 밤에 꽃을 피우는 나무와 식물의 꽃가루를 옮기기도 해요. 또 과일, 씨 등을 먹고 배설해서 씨앗을 숲에 퍼뜨리기도 하지요. 박쥐들 때문에 열대 숲이 계속해서 다시 살아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