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기획서

[읽기책] 반고흐 카페(The Van Gogh Cafe) - 문학과지성

나무닷 2009. 3. 6. 15:18

이 책은 몇 년 전에 모 출판사에서 내기로 하고 저작권을 알아보는 사이에 다른 출판사와 먼저 계약이 됐다. 당시 무척 관심을 갖고 좋아했던 작가였다. 그리고 한참 뒤에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이 책 꼭 번역하고 싶었는데...

 

 

 Product Details


 

 Ⅰ서지 정보


1. 원서명 : 반 고흐 카페 (The Van Gogh Cafe)

2. 글 : 신시아 라일런트

3. 출판사 : 스콜라스틱 Inc.의 애플 출판사 (Scholastic Inc.)

4. 분량 : 200자 원고지 150매 내외

5. 예상 독자 : 초등 3학년 이상

6. 수상 내역 : ALA 주목할만한 어린이 도서

               1996년 펜 USA 웨스트 어린이 상



Ⅱ 작가 소개


신시아 라일런트는 1954년 6월 6일 버지니아의 호프웰에서 태어났다. 라일런트가 네 살 때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가 간호학교를 다니는 바람에 웨스트버지니아의 쿨 리지에서 조부모와 사촌들과 살았다. 여덟 살 때까지 그곳에서 살다가 라일런트는 엄마와 함께 비버로 이사했다. 라일런트의 책은 대부분 웨스트버지니아의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라일런트는 1975년 모리스 하비 대(현재, 찰스톤 대학)에서 미술학 학위를, 1976년 마샬대학에서 영어 석사 학위를, 1982년 켄트주립대학에서 도서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대학 영어 교수로, 공공도서관 어린이 부서 사서로 일했다.


라일런트의 문학 스타일은 소박하고, 명확하고, 시적이다. <어린이 문학 리뷰>에서는 라일런트를 이렇게 평가했다. "라일런트는 솔직하게 다가가며, 간략한 시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 그리고 강한 감정을 절제력 있게 표현한다. 라일런트는 가족의 중요성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라일런트의 작품에는 외로움, 두려움 또는 배신과 같은 주제가 담겨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해와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아동 작가로서 라일런트는 많은 작품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 Missing May, 사계절 출판>는 1992년 뉴베리 상을, 1982년 <산에서 지냈던 어린 시절, When I Was Young in the Mountains>과 1986년 <친척들이 왔어요, The Relatives Came>는 칼데콧 아너 상을, 그리고 1986년 <조각난 하얀 십자가, A Fine White Dust, 문지아이들 출판>는 뉴베리 아너 상을 받았다.


미 도서관 협회에서는 <친절함, A Kindness>, <소다 저크, Soda Jerk>, <쿡 부부와 사랑에 대한 다른 이야기, A Couple of Kooks and Other Stories about Love>를 청소년을 위한 올해의 베스트 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Ⅲ 작품 소개 & 줄거리


1 작품 소개 및 기획자 의견


<반 고흐 카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다 읽고 나면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를 한편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지극히 현실적인 일이지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마법이 일어났다고 여기게 된다.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늘 일어나지만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외면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따스한 눈으로 마음으로 따라갈 때 세상은 마법이 일어나는 곳이 된다.


라일런트는 이러한 사건들을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내용은 마법이 일어날 거라는 암시를 주는 첫 장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아내를 잃은 한 홀아비가 새롭게 인생의 의미를 찾고, 카페 주인이 쓴 시가 마치 예언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뜻밖의 사고를 당한 어린이들이 주인공의 따스한 마음으로 회복되고, 왕년의 스타가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며, 진정 옳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마치 마법이 이루어지듯 일어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현실이지만 주인공이 읽고 있는 책을 통해 마법, 즉 미래를 보여준다. 바로 작가가 앞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는 듯.


이 책은 현실로 시작해서 일련의 마법을 지나 다시 현실이 되지만 그 현실은 마법을 포함하고 있는 실제를 그리고 있다. 때문에 이야기들은 허황한 뜬구름이 아니라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되어 어디선가 본 듯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된다.



2. 줄거리


카페 (샘플 번역)


<반 고흐 카페>는 캔자스 주 플라워스 시의 중심 가에 있어요. 지금은 카페가 들어 선 빌딩이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극장이었대요. 그런 까닭에 카페에서 마법이 일어나는 지도 몰라요.

극장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모두들 극장이 마법으로 가득 찬 곳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해를 거듭해 오랫동안 극장은 밤을 활짝 열어 왔거든요. 그래서 사방 벽안에 영원히 계속될 마법이 자리하게 된 게 분명해요.

사람들이 부러진 팔을 치료하거나 이를 뽑아낼 때는 빌딩 안에 카페가 없었어요. <반 고흐 카페>로선 다행한 일이지요. 그런 곳에는 마법이 들어 설 자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극장이라면 마법이 머무를만한 곳이지요.

마법은 워낙 강력한 말이라서 종종 잘못 쓰이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마법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지옥에서 튀어나온다고도 하거든요. 하지만 <반 고흐 카페>에 와본 사람들은 한때 극장이었던 빌딩에서 마법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계산기 위의 표지판에 "모든 개들에게 축복이 함께 하길"이라고 쓴 글귀와 파이 회전판 꼭대기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암탉 도자기 인형과 여성용 화장실 위에 페인트칠한 보랏빛 수국과 "고향에 오면 정말 좋아"가 흘러나오는 자그마한 갈색 축음기에서도 마법이 솟아난다고 여기고요.

캔자스 주 플라워스 시에 있는 <반 고흐 카페>에서는 마법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따금 마법은 제 스스로 나타날 때가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과 동물들과 사물들은 그 마법을 알아차려요. 모두들 마법을 알아보고 마법에 감동을 받거든요. 그러고 나면 곧이어 이런 말이 퍼지지요.

<반 고흐 카페>라는 카페가 있어요. 그곳은 꿈 같고 그림 같고 신비롭고 놀라운 곳이에요. 한번 꼭 가보세요.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당신은 카페에 머물러도 된다고 하면 그곳에 있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잠시 머무르기도 하지요. 주머니쥐처럼 말예요…….


주머니쥐 (이하 줄거리 요약)


캔자스 주는 평범한 곳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알 수 있다. 평범한 일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주머니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 주머니쥐가 <반 고흐 카페> 창문 밖에 매달려 있으면 모두들 마법에 대해 말한다. 카페는 클라라와 아빠가 운영한다. 클라라는 카페에서 마법이 일어나는 한 이유이다. 열 살인 클라라는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믿는 아이다. 아빠는 7년 전에 카페를 사서 단장했다. 클라라 엄마는 뉴욕에 사는데 캔자스를 싫어한다. 하지만 클라라는 캔자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맘에 들었다. 클라라와 아빠는 일요일을 빼고 날마다 6시에 카페 문을 연다. 클라라는 아빠를 위해 학교 가기 전 아침식사 주문을 받는다. 그러고 나서 학교에 간다. 클라라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는 걸 좋아한다. 때로는 동부에서 서부로 새 삶을 찾아가는 낯선 사람들도 있지만 카페 손님들은 서로 잘 알고 있다. 클라라는 아빠를 위해 일하다가 주머니쥐가 창문 밖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걸 보았다. 주머니쥐는 제 코를 긁으며 눈을 깜박이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창문 앞으로 갔다. 그 뒤로 주머니쥐는 아침 8시면 나무에 나타났다. 그러면 사람들은 전날 심하게 다투었던 친구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나누고 서로 껴안고 파이를 먹으러 카페로 들어왔다. 또한 서로 고함치며 싸웠던 젊은 부부는 주머니쥐 옆에서 입맞춤을 했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먹이를 갖고 나와 주머니쥐에게 나누어주었다. 주머니쥐가 배고프지 않아 길 잃은 개와 야윈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과 쥐와 참새와 사슴까지 와서 먹이를 먹었다. 자동차 사고를 아내를 잃은 한 홀아비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낯선 풍경을 보았다. 홀아비는 어디로 가야할지 갈팡질팡하다가 카페를 지나게 되었는데 주머니쥐와 굶주린 동물들이 머핀과 감자를 먹는 걸 보았다. 그러고는 차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갔다. 자기 농장으로 돌아가 길 잃은 동물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만들고 외로움을 달랬다. 그 날 이후로 주머니쥐는 카페에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들은 굶주린 동물들이 지나가다 먹을 수 있도록 아침마다 먹이를 내놓았다. 야윈 고양이와 참새는 늘 있게 마련이니까. 클라라는 주머니쥐가 사라졌어도 놀라지 않았다. <반 고흐 카페>에서는 늘 새로운 일이 일어나니까. 번개가 쳤을 때처럼…….


번개가 치다


3월의 어느 날 번개가 친 다음 카페에서는 일주일 동안이나 수프를 데우지 않아도 됐다. 4월이 되어도 번개의 효과는 여전했다. 번개는 클라라와 아빠가 막 카페에서 나와 문을 잠글 때 내리쳤다. 하지만 피해는 열쇠가 자물쇠 안에서 녹아버린 일 뿐이었다. 그 뒤로 모든 게 약간 기울어지긴 했다. 암탉 인형의 미소도 계산기 위의 표지판도 약간 기울어졌다. 사람들은 카페에 들어왔다가 모자를 떨어뜨리곤 했다. 이 모든 일이 번개 때문임을 아는 클라라는 곧 제대로 될 거라고 여기면서 뭔가 신나는 일이 벌어지길 바랐다. 작은 일은 아빠가 요리한 완벽한 음식으로 시작됐다. 그건 행운일 뿐 마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음식 자체에 마법이 있었다. 한달 전만 해도 아빠는 시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오로지 시만 생각했다. 아빠는 음식이 완벽하게 요리되자 음식에 대해 완전히 잊기 시작했다. 계란을 뒤집는 일도 토스터에서 빵을 꺼내는 일도 커피 가루를 새로 갈아야 한다는 것도 잊었다. 그러자 음식이 저절로 요리됐다. 아빠가 시를 쓰는 동안 계란이 그릴을 찾아가 스스로 뒤집어지며 먹기 좋게 튀겨졌다. 아무리 그릴 위해 오래 있어도 타는 법이 없었다. 비스킷은 오븐 속 팬에서 적당히 부풀어 버터를 바른 채 따끈따끈한 상태로 나타났다. 햄버거도 빵과 양상추를 직접 찾아냈고 감자 튀김도 기름을 스스로 찾아냈다. 아빠는 미친 듯 글을 썼다. 그러느라 음식이 접시에 담겨져 나타나도 자신이 요리한 게 아니라는 사실도 몰랐다. 그리고 레몬 파이가 나타났다. 클라라는 아빠가 레몬 파이를 만들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몬 파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파이가 사라질까봐 입도 뻥긋 안 했다. 그저 파이를 먹으며 다른 일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그런데 아빠가 냅킨에 계산서 뒷장에 메뉴판 구석에 쓴 시가 예언처럼 그대로 이루어졌다. 손님들은 길을 가다가 갑자기 트럭이 고장 나 기다려야 했고 생일에 꽃다발을 받고 데이트 신청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한 꼬마가 카페로 들어와 사흘 전에 샴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며 못 보았냐고 물었다. 마침 학교가 쉬는 날이라 카페에 있던 클라라는 친절하게 꼬마에게 먹을 걸 주며 손님에게 물어봐 주었다. 안타깝게도 고양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꼬마는 고맙다고 말하다가 [오늘의 수프] 위에 꽂아놓은 시를 보았다. "검은 딸기는 보름달 얼굴을 한 사람을 몹시 사랑한다." 꼬마가 자기 고양이 이름이 검은 딸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손님들이 수군댔다. 그 사람들 중에는 이미 미래를 본 사람이 있었다. 그러다가 플라워스 시에 있는 달빛 모텔을 떠올렸다. 누군가가 꼬마를 그곳으로 태워다 줬는데 그곳 담쟁이 넝쿨에는 다리를 다친 고양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아빠의 시가 또 어떤 예언을 하게 될까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면 마법은 사라지고 불평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자 음식은 엉망으로 변하고 아빠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았다. 모두 다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레몬 파이를 마법 머핀과 비교하면…….


마법 머핀


10월에 멋지게 차려입은 한 여자가 뉴욕에 가던 길에 카페에 들렀다. 마침 손님은 그 여자뿐이었다. 마침 아빠는 축음기를 틀어 생기를 불어넣고 클라라는 퍼즐 맞추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계산을 하러 왔다가 아주 기분이 좋아져서 음료수 값에 알루미늄 호일에 싼 꾸러미를 주고 갔다. 그건 바로 머핀이었다. 클라라와 아빠는 자그마한 머핀을 각각 손에 들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고는 머핀을 안 먹고 소원을 담아 다시 호일에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 하지만 믿음만 있으면 마법은 일어난다. 이제 카페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려고 한다. 다음날 클라라는 소원을 빈 머핀이 변했을까 몹시 궁금했다. 호일을 펼쳐보니 머핀이 세 개로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클라라는 아빠에게 비밀로 한 채 몰래 머핀이 어떻게 되나 지켜보았다. 머핀은 날마다 하나씩 불어났다. 어느덧 11월이 왔다. 여자 손님이 다녀간지 정확히 12일째 되는 날 드디어 큰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캔자스에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최악의 폭풍이 닥쳤다. 때문에 제대로 폭풍에 대비한 사람이 없었다. 할로윈 의상 준비도 눈삽도 장화도 장갑도 심지어 소금도 준비되지 않았다. 그 날 교회 버스가 체인도 스노타이어도 없이 달리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카페 기둥을 들이받고 멈췄다. 버스 안에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보안관과 인솔자와 소방대원들이 울고 있는 아이들을 끌어냈다. 열네 명의 어린 아이들은 무섭고 추워서 큰소리로 울어댔다. 하지만 눈이 어찌나 금새 쌓였던지 도저히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카페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마법이 일어났다. 클라라는 열네 명의 아이들에게 열네 개의 머핀을 나누어주었다. 클라라는 이제야 머핀이 왜 그리 작았는지 알았다. 아빠와 어른들은 카페에 따스한 음료라곤 커피뿐이어서 그것을 아이들에게 먹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고 클라라가 나누어준 머핀을 먹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서서히 온기를 느끼며 활발해졌다. 손가락은 아프지 않고 얼굴은 생기가 돌고 멍은 사라지고 상처는 아물고 두통은 없어지고 이도 하나 빠진 게 없이 말끔해졌다. 클라라와 아빠는 둘의 소원이 사라진 게 후회되지 않았다. 그리고 깊은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 카페에 왔다. 키가 크고 슬퍼 보이지만 우아한 사람이…….


스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자 카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을 했다. 도자기 인형 암탉 머리에 사슴뿔을 달고 개들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붙여놓고 음악도 크리스마스캐럴로 바꾸었다. 겨울바람이 불어오자 손님들은 아빠가 끓인 뜨거운 진한 커피와 따스한 실내를 좋아했다. 크리스마스는 카페의 마법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12월 이른 아침의 카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만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이 시기에 카페에는 낯선 얼굴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한 할아버지는 들어오자마자 눈에 확 띠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할아버지는 물처럼 사르르 걸어왔다. 할아버지는 아주 잘 생기고 옷도 검정 망토에 검정 목도리에 검정 장갑으로 멋지게 차려입고 있었다. 아흔 살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창가 뒤쪽 테이블로 갔다. 아빠는 할아버지를 보고 예의도 잊은 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누군지 안다는 듯이. 아빠는 무성영화를 모두 보았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금방 눈치챘다. 이윽고 아침식사 시간이 지나자 할아버지만 빼고 손님들은 모두 돌아갔다.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고는 함께 할아버지가 나왔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클라라는 아빠의 얼굴에서 생전 처음 순진함을 보았다. 아빠는 소년 같았고 할아버지도 자신의 영화를 아는 사람을 만나서인지 아주 즐거워했다. 할아버지는 1923년도의 극장 앞에서 서있는 한 젊은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사람을 기다린다고 했다. 이 말에 클라라는 자신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할아버지는 옛날 극장이었던 카페의 첫 번째 마법이었다. 그리고 주문을 건 듯 손님도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저녁시간이 됐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계속 기다렸다. 어느덧 셋이서 창문과 문을 바라보며 사진 속 남자를 기다렸다. 어느새 문닫을 시간이 됐지만 할아버지는 계속 기다렸다. 할아버지는 피곤해 보였지만 전혀 걱정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좀더 기다려도 되냐고 부탁하자 아빠가 함께 집에 갔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오자고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곧 친구가 올 거라면서 거절했다. 클라라와 아빠만 집에 갔다가 몇 시간 후에 카페에 오기로 했다. 처음에 아빠는 할아버지가 잠자는 줄 알았다. 나중에야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할아버지의 한 손에는 1926년 사진에 있던 젊은이가 익사했다는 신문기사를 쥐고 다른 손에는 사진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의 젊은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희미한 빛만 남아 있었다. 클라라와 아빠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진실한 사랑을 찾은 곳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여겼다. 할아버지는 카페에 와서 자신을 데려갈 친구를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배우였던 할아버지만이 카페를 거쳐 고향에 간 마지막 방랑자는 아니었다. 바로 지붕 위에 내려앉은 갈매기에게 마법은 절대 쓸모없는 일이 아니었다…….


변덕쟁이 갈매기


빌 아저씨가 음식값을 내려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자마자 갈매기가 빼앗아 갔기 때문에 모두들 바다갈매기가 카페에 온 걸 알았다. 갈매기는 카페 환기통 옆 지붕에서 자리를 틀었다. 플라워스 사람들에게 갈매기가 낯설었지만 클라라는 참 좋았다. 빌 아저씨처럼 돈을 들고 흔들어도 갈매기가 내려오지 않자 클라라는 감자튀김을 흔들었다. 그러자 갈매기가 곧장 나타났다. 날마다 클라라는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어느새 플라워스 사람들은 갈매기를 정상적인 일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건너편 헌책방 주인의 고양이에게는 마법이 일어났다. 그 고양이는 9년 동안 그곳에 살았지만 갈매기는 난생 처음 보았다. 클라라는 창문 너머로 장갑을 물고 오는 고양이를 보았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다음날 고양이가 긴 목도리를 둘둘 말고 그 다음날 장화를 끌고 길을 건너오자 클라라는 마법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양이가 간 카페 지붕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갈매기와 사랑에 빠진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와 둘의 사랑을 지켜보았다. 이 모습은 한 사진사의 관심을 끌었고 다음날 그 사진사가 찍은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그러고는 제휴 신문에 그 소식이 알려져 사랑에 빠진 고양이의 행복한 얼굴이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자 클라라와 아빠가 TV에 나오고 전국에서 카페로 갈매기가 천사임이 분명하다며 깃털을 구해 달라는 편지가 몰려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갈매기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어떤 편지는 갈매기가 위험에 빠질 거라고 했다. 그 말대로 어느 날 밤 낯선 사람이 갈매기를 잡으려다가 아빠가 소리치자 달아났다. 어느새 카페 근처에 낯선 사람이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클라라는 이런 사람들을 막는 방법은 갈매기가 떠나는 길뿐이라고 여기고 먹이를 줄 때마다 갈매기에게 캘리포니아로 가라고 말했다. 그래도 낯선 사람과 편지가 계속 몰려들자 클라라는 마법이 사라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마법은 가끔 한참 만에 찾아오기도 한다. 목요일 아침 5시에 클라라는 첫 번째 5시 3분에 두 번째 5시 5분에 세 번째 갈매기를 보았다. 그리고 6시가 되자 50마리의 갈매기들이 카페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갈매기에 익숙해져 그냥 지나쳤다. 아빠는 전보다 더 걱정을 했지만 클라라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문을 닫을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날 카페 앞에 큰 트럭이 서더니 젊은 여자 둘이 들어왔다. 창 밖을 보니 갈매기들이 지붕에서 트럭 위로 옮겨 앉았다. 이윽고 커피를 마신 두 사람이 나와서 트럭에 앉아있는 51마리의 갈매기를 보았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갈매기와 함께 떠났다. 클라라는 트럭이 떠날 때 트럭 옆에 캘리포니아라고 쓴 글씨를 보았다. 그건 클라라가 카페에서 본 최고의 마법이었다. 갈매기가 떠났으니 아빠의 걱정도 가라앉고 낯선 사람의 발길도 끊어지고 카페도 흥분에서 벗어날 거다. 한 작가가 카페에 들어올 때까지 카페는 여느 때처럼 평화로웠다.


작가 (샘플 번역)


그 작가는 4년 동안 작가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렇게 4년 동안 애쓴 건 작가에게 글 쓰는 재주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작가를 아주 좋아했지요.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글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작가가 좀 더 쉽게 이야기를 쓰길 원했거든요. 그래야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게다가 출판사는 작가에게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 이야기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많이 넣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작가의 작품에 아름다운 여자들과 멋진 남자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도 했고요.

그러면서 출판사는 작가에게 다이어트 책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했지요. 살빼기 책이 아주 잘 팔린다면서요.

이러한 모든 일이 작가를 아주 가난하게 만들었어요. 다이어트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작가였어요. 작가는 오랫동안 현미밥과 양상추만 먹고살았으니까요.

그런데 작가가 이른 봄에 캔자스 주 플라워스 시에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작가는 회색 고래를 보려고 태평양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글쓰기를 포기하고 오리건으로 돌아갈 돈을 충분히 모을 때가지 전화번호부 책을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말예요.

그래서 작가가 <반 고흐 카페>에 오게 된 거예요.

작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휘 둘러보았어요. 카페 주인인 아빠는 작가에게 관심이 갔어요. 때마침 아빠는 "그래요"라고 쓴 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글씨는 그것뿐이었어요. 그래요.

아빠는 카페에 있는 게 아주 행복한 듯 했어요. 이따금 무언가를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있었어요. 축음기와 도자기 인형 암탉과 파이 회전판과 딸을요.

그 딸은 넋 놓고 작가 아저씨를 바라보았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요. 작가는 딸을 보자 보름달과 올빼미가 생각났어요.

딸은 갈색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뒤로 넘기고 해바라기 점퍼를 입고 농구화를 신고 있었지요. 딸은 작가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 이따금 흘끗흘끗 쳐다보았어요. 아주 궁금하다는 듯이요. 작가는 그런 호기심도 좋았어요.

작가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어요. 그러면서 <반 고흐 카페>에 들어오면 사람들의 얼굴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피곤함이 활기로 근심이 편안함으로 성급함이 느림으로 바뀌었어요. 카페에 들어온 사람들은 친절하고 겸손하고 재미있었어요.

작가는 낡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이해했어요.

그러자 가만히 앉아 있는 작가에게 사방 벽안에 있던 마법이 작용하기 시작했어요. 바로 <반 고흐 카페>에서 작가는 자신이 누군지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어요.

갑자기 작가에게 자신은 진정한 작가이며 전화번호부를 배달하거나 다이어트 책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계시가 떠올랐어요. 그러자 어느새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지요.

작가는 이 카페의 이름과 같은 어느 화가가 일생동안 그림을 단 한 점만 팔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그러자 작가의 마음속에 한 권의 책이 떠올랐지요. 하지만 책의 제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어요.

드디어 작가는 오리건으로 가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음식값을 내러 계산기로 걸어갔어요. 도자기 인형 암탉이 작가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어요. 아빠가 작가에게 "즐거운 여행을 하세요."라고 말했어요.

작가는 떠나면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클라라를 보았어요. 카페 창문의 네온사인이 책표지에 번쩍여서 새 책이 될 제목은 볼 수 없었지요.

바로 {반 고흐 카페}라는 제목의 책이었지요.

그건 작가가 꼭 알아야 할 전부였어요.



Ⅳ 서평 & 독자평 (발췌)


1 서평


Publishers Weekly - 독자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갈매기, 늙은 왕년의 스타, 마법 머핀, 잃어버린 애완동물과 신비로운 여행자들과 관련된 일련의 우연한 사건들을 목격하면서, 열 살의 클라라와 카페 주인인 아빠 마크가 겪은 경이로움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School Library Journal - 주변 세상의 특별한 마법을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책.


Booklist - 우아함과 현실을 잘 섞어서 라일런트는 <반 고흐 카페>에서 일어나는 일곱 편의 삶에 관한 소품을 전달한다. 라일런트의 작품은 표면상 아주 단순하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솜씨 있게 변하는 라일런트의 능력 그 자체가 바로 마법이다.



2. 독자평


▶ 카페에 이상하지만 정신을 고양시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들마다 그 일들을 기괴하다고도 하고 우연이라고도 하며 신의 뜻이라고도 한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굳게 결심하게 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삶에 대한 따스하고 아련하고 기운 나게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난 대체로 전적으로 따스하고 아련한 책은 추천하지 않지만 이 책은 예외이다.


▶ 이 책은 나의 4학년 학생들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도록 만드는 마법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라일런트는 어린이와 어른들의 마음을 똑같이 사로잡는 아주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냈다.


▶ 나는 5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책을 네 번이나 읽어주었다. 그 때마다 라일런트가 이야기 속에 불어넣은 이미지와 마법에 놀라며 즐긴다. 아주 가벼운 책 속의 작은 이야기는 보석 같다. 빈센트 반 고흐가 붓과 팔레트와 칼로 멋진 그림을 그렸듯이 라일런트는 펜으로 솜씨 있게 이야기를 그려냈다. 몇 번을 읽든 이 책은 뜻밖의 기대와 경이로움으로 머리카락에 뒷목이 찔리는 듯 하다. 이 책을 어린이와 어름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