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지은이 : 엘리자베스 레어드
옮긴이 : 이승숙
출판사 : 뜨인돌
출판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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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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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파키스탄 소년 줄피카는 8살 때 부모의 손에 끌려 아랍에미리트(UAE)에 건너와 낙타 기수가 됐다. 낙타 경주는 오일 달러가 넘쳐나는 산유국인 UAE와 카타르 등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 줄피카는 지난 7년간 이 경주에 나가 높은 승률을 올리며 매달 상금 등으로 270달러(약 27만원)를 벌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단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낙타 주인이 죄다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낙타 주인은 그에게 체중이 불어날 것을 우려해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
로이터통신은 9일 중동 지역의 어린 낙타 기수들의 생활상을 전하면서 이들이 사실상 노예로 ‘수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타 경주는 사막 유목민족인 베두인 문화의 일부. 경마의 기수가 그렇듯 보통 몸집이 작은 소년들이 기수로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네 살배기를 기수로 고용하기도 하는 등 어린이 착취가 심하다는 국제적 비난이 일고 있다. (…)
UAE의 수도 아부다비 외곽 군사지역에 마련된 쉼터에서 일하는 간호사 파티마 하셈은 “이곳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나쁜 상태”라며 혀를 찼다. 최고 섭씨 60도까지 사막을 달구는 뙤약볕 밑에서 제대로 밥도 못 먹고 10㎞ 레이스를 뛰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주 도중 떨어지면 낙타의 발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
- 「경향신문」, ‘중동의 현대판 노예…10대 낙타 기수의 눈물’에서 발췌, 2005년 5월 9일 기사
네 살배기 어린애가 낙타를 몬다고? 체중 감량을 위해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심지어 전기 충격도 가한다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낙타 경주를 하다가 떨어지면 밟혀 죽기 일쑤라고? 이게 현대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위 사실은 엄연히 21세기의 중동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의 주인공 라시드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거짓말로 들릴 만큼 어처구니가 없다. 감언이설에 속아 두바이로 일하러 온 라시드는 낙타 막사로 팔려가고, 이름도 강제 개명 당하고 자유도 빼앗긴 채 노예 신세가 된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라시드. 그러나 ‘라시드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으며, 동생 샤리가 처한 상황은 더 잔인했다.
“아부 나지르는 이따금 여기에 와.”
푸포가 자신도 설명할 수 있다고 뽐내며 열심히 말했다.
“그 사람은 조련사야. 막대기로 아프게 해. 막대기엔 전기가 있어.”
이크발이 어른처럼 공정하게 얘기하길 원한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훌륭한 조련사야. 이곳은 이 근처에서 가장 좋은 막사야. 우린 많은 경주에서 이겼어. 난 지난 시즌에 큰 대회에서 우승했어. 사이드 알리가 많이 칭찬해 줬지.”
“무슨 막대기? 전기가 무슨 말이야?”
“꼬챙이야. 낙타를 달리게 하려고 그걸로 충격을 가해. 우리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그걸로 우릴 찌르기도 해.”
이크발은 무심하게 말했지만, 라시드는 깜짝 놀랐다. 푸포가 말했다.
“정말 끔찍해. 진짜 굉장히 아파.”
이크발이 다시 어른스럽게 말했다.
“가끔 그걸 사용하는 건 맞지만 기수를 붙잡아 직접 전선에 대고 전기를 가하는 막사도 있어. 그러면 비명을 안 지를 수가 없대. 지난 경주 때 어떤 애가 말해 줬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무지무지 아프대. 거기 사람들이 그걸로 벌을 준대.”
“그게 아니야, 이크발 형. 자라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래야 낙타를 계속 몰 수 있다고 살만 형이 말했어.” --- pp.85-86
2. 가혹한 세계이기에 더욱 빛나는 아이들의 용기
처음 막사에 온 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울고만 있던 라시드를 위로해 준 것은 같은 막사에서 낙타를 모는 친구 이크발이었다. 라시드의 눈에는 힘들고 어려운 막사 생활에 아무렇지도 않게 순응하는 이크발이 영웅처럼 보였다. 이름도, 가족도, 고향도 모두 빼앗긴 라시드의 마음 기댈 곳은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뿐이었고, 그건 다른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가혹한 현실은 아이들의 우정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기수 아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낙타 경주 성적에 따라 반목하고 질시한다. 친구를 위하는 상냥한 마음이 이 잔인한 세상 안에서 어떤 식으로 보답받게 되는지는 라시드의 첫 경주 사건에서 뚜렷해진다. 이크발을 우승시켜 주고 싶은 마음에 낙타를 느리게 몰았던 라시드는 죽지 않을 만큼 매를 맞지만, 정작 이크발은 라시드를 모른 척한다.
작가는 변해가는 라시드의 심리 상태와 친구들과의 기묘한 긴장 관계, 아이들다워서 더 잔인할 수 있는 순진함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라시드는 점차 이런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러려니 넘어가게 된다. 심지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낙타 경주에도 적응하여, 다른 아이들을 제치고 우승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훨씬 더 어린 샤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낙타에 밟혀서 중상을 입은 채로 “난 낙타를 잘 못 타니까 살릴 가치도 없대”라고 말하는 네 살배기 샤리의 모습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라시드는 끝까지 상냥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이곳에서 남을 위하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겪고서도, 샤리가 낙타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자 낙타 먹이를 훔쳐서 막사를 탈주한다. 삐뚤어진 세상 속에서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라시드가 잘 보여주고 있다.
라시드는 샤리를 안고서 뿌듯한 마음으로 입 속에 대추야자를 넣어 주었다. 자신이 샤리를 구한 영웅인 셈이었다. 라시드는 음식과 물이 샤리의 몸속에서 벌일 놀라운 일을 상상해 보았다. 오랫동안 음식과 물을 먹지 못한 상태에서 원기가 뼈와 근육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라시드는 잘 알고 있었다.
라시드는 샤리가 금방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봉지에 손을 넣어 열심히 먹여 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샤리는 대추야자를 뱉어 내기까지 했다. 라시드가 속이 상해서 샤리를 나무랐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그건 대추야자야! 아주 맛있다고!”
샤리는 라시드의 손을 밀쳤다.
“물을 마시고 싶어.”
샤리는 필사적으로 병을 잡고는 제힘으로 간신히 머리를 들었다. 라시드는 실망스러웠지만 물을 마시는 샤리를 도와주었다.
“네 입이 온통 끈적거려.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면 안 돼. 내가 닦아 줄게.”
라시드는 담요 한 귀퉁이를 잡고 물을 조금 떨어뜨린 다음 샤리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샤리가 느닷없이 말했다.
“난 죽을 거야, 그렇지? 대장이 말하는 걸 들었어. 내가 낙타도 잘 못 타니까 의사도 안 부를 거래. 난 그럴 가치도 없대.”
샤리는 긴 말을 늘어놓느라 지쳤는지 숨이 차서 헐떡였다. 라시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p.240-241p
3.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제3세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어린이 노동 사례는 과연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일까? 중동의 부호들에게 휘둘려 노예처럼 일하는 아이들, 벽돌 공장에서 돌을 깨는 아이들, 땡볕 아래 목화를 따는 아이들, 아프리카에서 소년병으로 동원되는 아이들…. 한때 제국주의가 식민지에서 착취했던 싼 노동력은, 현재 대다수가 제3세계의 빈민들, 그리고 어린이들로 충당되고 있다.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은 아랍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특히나 한국과 똑같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가난한 아이들을 그렇게 착취하고 버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들은 너무 멀고, 우리는 무력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진실은 알려질수록 큰 힘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것과, 몇 사람이 아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낙타를 모는 아이들의 참상이 중동 밖으로 알려지자 국제적으로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고, 이에 못 이긴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2008년 5월부터 낙타를 모는 로봇을 개발하여 아이들을 기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아이들을 착취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2005년에 낙타 막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알려진 3천 명의 소년들 가운데, 겨우 1천 명만이 파키스탄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집에서 몰래 도망쳐 나왔거나, 더 이상 낙타를 타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뜨거운 사막의 막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새로운 형태의 노예 신세가 된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감시의 눈을 피해 여전히 악습을 반복하는 이웃나라에서 기수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악덕 상인들에게 팔려 고향과 가족을 떠나, 영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먼 나라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나머지 2천 명의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아니 어린이 노예가 사라질 때까지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은 어린이 노동의 참상을 고발하는 문제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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