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도서

다정한 손길

나무닷 2007. 5. 2. 06:52

 

다정한 손길 - 내인생의그림책 2, 어린이 성폭력 예방을 돕는 이야기

샌디 클레븐 지음, 조디 버그스마 그림, 이승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6년 1월

 

 



어린이 성폭력 예방을 돕는 이야기 그림책. 부모나 선생님이 읽어주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했다. 피해자인 아이나 그 부모들에게 용기와 유용한 정보를 전하고, 조금이나마 범죄를 줄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1999년 벤자민 프랭클린 상 육아부문 수상 도서이다.

피해자가 되지 않는 '행운'만을 무턱대고 바라기 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알려주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인식시킨다. 어린이들이 혹여 범죄자들과 만나게 되었을 때 '아니오', '안 된'다고 큰 소리로 말해야 하고, 성폭력은 당연히 부모님과 선생님께 알려야 하는 일이며, 어린이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샌디 클레븐 - 성폭력 예방 활동으로 부모, 교사 어리이를 위한 연구 모임을 소개하고, 에미상 수상작인 다큐드라마 '접촉문제 The Toching Problem'을 만들었다.

이승숙 - 덕성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재 영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떡갈나무 바라보기>, <북두칠성을 따라간 지하철도>, <니모를 찾아서>, <나는 희망을 그린다>, <킹피셔 어린이 지식책 세계의 성과 요새> 등이 있다.

조디 버그스마 - 십대 중반부터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30년이 지난 현재, 서부에서 성공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다정한 손길>로 1999년 육아 부분 '벤자민 프랭클린 어워드'를 받았다.

 

 

오마이뉴스 리뷰

 

아이들은 명백히 다정하지 않은 손길에 대해서는 잘 거부한다. 때리기, 쥐어박기, 물어뜯기, 밀치기, 찌르기, 걷어차기, 꼬집기 등의 행위를 당하면 울거나 짜증내거나 똑같은 행위로 보복(!)을 하기도 한다.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즐기는 아이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부드럽게 아이 몸을 쓰다듬고 간질이다가 불쑥 아이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면 그 아이는 즉시 "안돼요!"라고 거부할 수 있을까? 동네 아저씨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아이 손을 잡아끌어 아저씨의 성기를 만져보라고 한다면 그 아이는 금방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정한 손길>은 어린이 성폭력을 다룬 동화책이다. 책표지에는 '엄마가 소리 내어 함께 읽는 어린이 성폭력 예방을 돕는 이야기'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심각하고 재미없는 동화책일 거라고? 그렇지 않다. 매 장마다 펼쳐지는 조디 버그스마의 부드럽고 앙증맞은 그림은 성폭력이라는 심각한 주제에 불편함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다정한 손길>의 원제목은 'The Right Touch'다. 이 책은 '세심하게 교육한다면' 어린이들이 올바른 접촉과 올바르지 않은 접촉을 구분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책에 등장하는 지미의 엄마는 지미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많은 아이들이 안전하지 않을 때는 조심하라는 위험신호를 느낀단다. 위험신호가 올 때는 불안하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해. …(중략)…. 간지럽고 따끔따끔한 느낌일 수도 있고."(23쪽)

다시 말해 자기의 느낌에 충실하라는 얘기다. 상대방이 아무리 어른이고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더라도 자기의 느낌이 그 순간 '이건 아니다'라면 저 어른의 말을 따를 것이 아니라, 자기의 느낌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미의 엄마가 설명해주는 위험신호는 저 멀리 신호등에 불이 켜지는 것으로 확인되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는 딴 어른이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위험신호는 오로지 자기 자신의 느낌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느낌을 잘 모르면 위험신호를 못 알아볼 수도 있게 된다. 그러자 지미는 말한다.

"난 뽀뽀도, 안아주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내가 '싫어요! 안돼요!'하고 말하면 날 만지지 마세요."(32쪽)

사랑하는 마음으로 뽀뽀하고 안아주는 것, 성적 쾌락의 도구로 뽀뽀하거나 안아주려 하는 것을 아이가 구분 못하면 어떡하냐고? 설령 그랬더라도 그건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지미의 엄마는 "네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무서워도 엄마에게 꼭 말해야 해. 아무리 비밀이라고 했어도 엄마에게 말하렴. 그건 절대 지미 네 잘못이 아니란다"라고 당부한다.

어린 소녀가 잘못하여 임신하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다 자기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하면서도 절대로 자기 엄마한테는 얘기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를 가끔 보곤 한다. 엄마가 자기를 창피해할 것 같다면서…. 또, 자기를 야단칠 것 같다면서….

그래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접촉(다정한 손길)과 올바르지 않은 접촉을 구분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엄마들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아이의 말을 믿으세요? 아이의 느낌을 존중하세요?"